연말 모임 약속이 생긴 김부영(34세)씨는 술자리에 대한 부담으로 걱정이다. 평소 약간의 불면증이 있는 김씨는 술을 늦게까지 마신 날이면 잠 드는 것이 조금 쉬운 듯해도 새벽녘에 잠이 깨서 다시 잠들기 어려워지고, 간혹 깨지 않고 긴 시간을 잤다 하더라도 다음날까지 피로가 전혀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술자리가 연이어 있는 연말이면 몸은 피곤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며 살을 찌우기 일쑤다.
가끔 술을 먹으면 정신 없이 잠이 드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술에는 수면촉진 효과가 있긴 하다. 하지만 김씨처럼 술을 마시고 잠들었는데도 새벽에 갑자기 눈을 뜨게 되어 그 다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뜬 눈으로 아침을 맞았다거나 술 마시고 푹 잔 것 같은데 다음날 너무 피곤하다고 하는 사람들 또한 많다. 술은 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술을 마시면 긴장이 풀어지고 몸이 이완되어서 쉽게 잠에 들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깊은 숙면이 아닌 1, 2 단계의 얕은 수면이 차지하게 된다. 잠이 들고 난 뒤 알코올이 몸에 흡수되어 작용을 하기 시작하면 심박동이 빨라지고 혈액은 더욱 빨리 돌면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일을 지속하기 때문에 깊은 잠에 들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얕은 수면을 취하는 동안 우리 몸이 열심히 알코올을 분해한 결과로 알코올의 농도가 저하되면 이번에는 각성주기가 찾아와 잠에서 깨는 횟수가 증가한다. 또한 알코올의 이뇨작용으로 화장실에 가는 횟수도 늘어나 수면에 방해를 받게 된다. 더군다나 평소 코골이를 앓는 사람은 이완된 기도로 인해 숨쉬는 통로가 좁아져 코골이의 증상이 더욱 악화되고 심하면 수면 무호흡증으로 이어지게 된다.
밤새도록 긴 시간의 수면을 취한다 하더라도 얕은 수면만을 취하기 때문에 수면의 질이 낮고 소변과 수면 무호흡증 등으로 인한 잦은 각성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면 더욱 피곤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잠이 오지 않을 때 술 한 잔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오해이다. 술을 마시는 것은 숙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욱 안 좋은 것은 알코올에 ‘내성’과 ‘중독’이 있다는 것이다. 본래 알코올은 소량만 마시면 각성작용이 있어 자다가 눈을 뜨기 쉽다. 그래서 잠이 안 올 때는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고, 마시는 술의 양은 점점 늘어나게 된다. 오랫동안 이런 습관이 지속되면 이제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불면증보다 더 무서운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2024.3.12 화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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