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감염에 대한 기본지식이 필요합니다. 흔히들 경험하는 감염은 바이러스, 세균, 진균(곰팡이류), 결핵균, 리케치아류(쯔쯔가무시 등), 원충류(말라리아 등)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감염은 이들 중 하나로 정확한 진단 및 각각 원인균에 따른 치료가 필요합니다. 즉, 각각에 사용하는 치료방법 및 약물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의약분업이 시행되기 전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의원 보다는 문턱이 낮은 약국을 주로 이용하면서 의약품을 너무 손쉽게 접해 왔으며 결과적으로 이는 항생제 내성 및 오남용의 주된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항생제라는 단어는 너무나 쉽게 접하고 흔히들 복용해 왔기 때문에 커다란 거부감이 없는 단어 일 것입니다. 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항균제가 옳으며 말뜻을 그대로 해석하자면 세균에 대한 치료제란 뜻입니다. 즉 다른 기타 감염에 대한 치료제가 아니며 세균에 대한 감염이 확인되었거나 의심이 될 때 사용하는 약제입니다. 예외적으로 세균감염이 추후 발생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 예상될 때는 예방적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선생님, 주사 항생제를 꼭 처방해주세요!” 항생제 처방을 강요하는 환자들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흔히 경험하는 갈등의 시작은 우리나라 환자들이 항생제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감기만 심하게 걸렸다 싶으면 진료실에서 환자와 의사 간에 잦은 말다툼이 발생하는 것도 항생제의 사용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의사의 판단에 증상이 심하더라도 바이러스 감염이 확실하다면 항생제의 사용은 굳이 필요치 않습니다. 하지만 환자들은 항생제를 복용해야만 병세가 빨리 호전된다고 믿고 있으며, 심하게는 주사 항생제를 꼭 처방해달라고 부탁까지 합니다.
물론 젊은 사람보다는 중.장년층의 환자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항생제 선호 경향은 전반적으로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필요이상의 항생제는 치료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그로 인한 부작용 및 내성 등에 노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의사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처방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자신의 주장보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내성균에 강하다?
항생제의 역할 중 제일 많이 쓰이는 원리를 크게 5개 정도로 보자면 세포벽을 공격하고, 세포막 단백질들을 공격하며, DNA 복제/전사를 방해하고, 단백질 생성 방해와 물질대사를 방해 합니다.
이외 최근의 지식까지 열거하자면 훨씬 더 많은 원리가 있지만 흔히 접하는 항생제들은 상기의 원리를 이용해 생산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은 사람이 아닌 세균 자체 내에 발생되는 것입니다.
위에 열거한 원리들을 이용해 생산된 항생제를 복용했을 때, 세균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모양과 생식의 방법을 바꾸면서 발생됩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내용은 항생제의 무분별한 사용 및 과다 사용 등은 내성균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나 과다사용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항생제를 과다 복용한 사람이 나중에 감염성 질환 발생시 항생제가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내성균주(내성을 지닌 세균)에 감염되었을 때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항생제를 복용한 적이 거의 없는 사람은 내성균주에 안전할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인간 개개인에 대해 내성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내성을 지닌 세균에 감염되면 누구라도 똑 같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항생제에 대한 내성균주를 없애기 위해서는 한 사람만의 노력이 아닌 사회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감기에 항생제가 잘 듣는다구요?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이며,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항생제는 바이러스가 아닌세균을 죽이고 억제하는 약입니다. 때문에 바이러스에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은 치료 효과가 없고 내성만 키우게 됩니다. 세균성 감염이 강력히 의심되는 경우에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감기 바이러스에 의해 코나 기관지에 상처가 생기고 여기에 2차적으로 세균이 들어와 염증을 일으켜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한 경우에는 세균을 없애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지만 초기 감기부터 항생제 처방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올바른 항생제 사용과 이해로 내성균주의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
항생제의 공통된 부작용으로는 과민반응과 위장관 장애(오심, 구토, 설사), 위막성 대장염, 균교대증(구내염, 칸디다에 의한 대장염), 비타민 결핍증(Vit. K; 출혈성 경향, Vit. B군; 설염, 구내염, 식욕부진, 신경염), 혈액질환(과립구 감소증, 혈소판 감소증, 빈혈), 중추신경 장애(두통, 어지러움, 불면, 악몽), 경구 피임제의 효과감소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 개인적으로 경험한 부작용의 병력, 특이체질, 기존의 특정약물에 대한 부작용, 다른 알레르기 질환의 존재, 현재 복용중인 약물 등에 대한 정보를 의사에게 자세히 알려주시면 항생제 부작용의 발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수퍼 박테리아의 등장으로 우리의 건강은 더욱 위협을 받는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강력하고 우수한 항생제를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이것 또한 내성균주가 발생될 것입니다. 따라서 항생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사용을 통한 내성균주의 예방이 중요합니다. 올바른 항생제 사용을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올바른 항생제 사용 10계명
1. 세균 감염이 의심되면 반드시 세균검사를 하라. 2. 항생제가 처방되면 용량과 기간을 지켜서 복용해라. 3. 예전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고 전에 먹던 항생제를 먹여서는 안 된다. 4. 항생제를 먹을 때는 증상이 완화되어도 끝까지 먹어야 한다. 5. 음식 속의 항생제에 주의하라. 항생제의 70%는 동물에 사용되고 있다. 6. 항생제를 함부로 사용하지 마라.(콧물, 기침, 발열, 목의 통증, 설사 증세의 대부분은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7. 작은 상처는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낫는다. 8. 눈병에는 대체로 항생제 안약투여는 무의미하며, 중증일 경우는 내복약을 먹으라. 9. 항생제로 치료가 되지 않으면 내성균 감염 위험이 있으므로 세균배양검사를 받으라. 10. 항균용품은 정상 균의 활동을 억제하여 내성균이 늘어나는 원인이 된다.
2024.3.12 화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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