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진로 교육 연구소장 -이학박사 김희수

모처럼 해를 본다 싶었는데 또 비가 온다. 하늘도 무심히 떠나간 어린 영령들 앞에 눈물을 흘리는가 보다. 가정을 돌보다 떠나간 영들, 인제 갓 100일을 넘긴 자식을 남기고 떠나는 영들이 발길을 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보내는 사람도, 떠나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너무나 가슴이 저미어 온다.

지상파 방송에서 천안함 전사(戰士)의 친구들과의 인터뷰 과정을 보여준 일이 있다. 친구들이 떠나보낸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살아생전에 친구가 보여줬던 많은 일화를 들려주었다. 정말 멋있는 친구였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전해 주었다. 지켜보던 모든 사람은 “참, 아까운 사람을 보냈구나!”하고 절로 탄식이 나왔다.

46명 모두가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이스 신화의 인물 중에서 오디세이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나가면서 친구 멘토에게 아들을 맡기고 떠나갔다고 한다. 멘토의 훌륭한 교육 방법에 유래되어 ‘멘토를 만들자’ , ‘멘토가 되자’ 등 지금도 멘토에 관한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믿고 맡길만한 사람이 되기도 힘들고, 믿고 맡길만한 사람으로 자라나게 하기도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중략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너무나 유명한 글이다. 바로 씨알 사상으로 유명한 함석헌 선생님의 ‘그 사람을 가 졌는가’이다. 글을 읽을 때마다 그 사람이 될 수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부터 든다. 누구에겐가 ‘의미’가 되라던 시인 김춘수의 ‘꽃’도 가슴에 와 닿는다. 하지만 살면서 의미 있는 ‘눈짓’을 주기도 쉽지 않다.

글 속의 주인공도 길을 떠나며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를 놓고 떠나는 마음, 자식을 맡겨놓고도 든든할 사람을 찾았을 것이다. ‘하나’로 만족하고 자족할 위인을 기대한 것이다. 온 세상의 얘기해도 굴하지 않을 한 사람을 원했을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인물을 기다렸을 것이다.

집사람과 해외에 함께 나갈 때 가장 절박해진다. 하도 세상이 무서워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할까. 노모와 자식을 놓고 가는 마음이 그러했다. 여러 기우(奇遇)와 함께 보험증서며 통장을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 고민이 생긴다. 1차 비상연락망은 지우(知友)인 안박사, 2차 비상연락망은 대전에 있는 장형, 그리고 처남에게 전화를 걸고 다짐을 받으면 그때 비로서 안심이 된다.

△천안함 침몰 전사(戰士) 장병들 조문소

길거리 조문 현수막엔 ‘천안함 영웅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라는 다짐의 글이 곳곳에 달려있다. 고(故)남기훈 상사부터 고(故)장철희 이병에 이르는 46명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야 할 것이다. 그들의 가족과 그들로 인해 마음에 상처 받은 이들을 잊지 말고 위로해줘야 할 것이다. 그들의 ‘그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