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영화배우 권상우가 주연한 ‘말죽거리 잔 혹사’란 영화를 본 일이 있다. 남자 고교시절의 일화를 소재로 만들었다. 영화의 흥미를 더하기 위한 몇 가지 설정을 제외하고는 거의 실화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요즘도 남자 고교생들의 세계는 영화의 스토리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작은 왕국이 있는 것이다. 바로, 그들만이 주인공인 세상이 여전히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디 학생들만이 그들만의 세상을 꿈꾸겠는가. 거리에 나부끼는 현수막과 원하지 않는 선거 홍보 메시지를 받아야 할 때 숨을 쉬기가 어렵다. 무엇을 하려고 그렇게 애를 쓰고 사시는지 존경스럽다.
이 사람이 하면 조금 나을까 하면 그대로 이고, 또 저 사람이 하면 조금 나을 테지 하면 또 마찬가지이다. 작은 평민들의 냉가슴을 무엇으로 달랠지 알 수 없다.
모두가 학창시절 국어교과서에 실린 너새니 얼 호손의 작품 ‘큰 바위 얼굴’에서의 주인공을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어니스트는 동네의 ‘큰 바위 얼굴’을 보며 큰 ‘인물’ 만나보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돈, 명예, 권력이 있는 어느 누구도 마주대하면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 늘 ‘큰 바위 얼굴’을 기다리고 그리던 어느 날 자기 자신이 ‘큰 바위 얼굴’이 되었다는 감동적인 작품인 것으로 기억한다.
로렌스 피터는 그의 저서 ‘피터의 원리’에서 사람은 지위가 올라가면서 무능(無能)을 보인다고 하였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만족을 했으면 보이지 않았을 무능을 보이는 것에 대한 아쉬움일 수도 있다. 물론, 도전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원하는 자리는 원하는 사람보다 적기 때문에 도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일수도 있다. 조직을 수렁에 빠질 수 있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이라 봐야 할 것이다.
지난 새해 벽두에 SBS에서 방영된 ‘완장촌’은 인간의 지위와 권력에 대한 탐욕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7명의 남자들이 소사회를 구성하며 ‘완장’이란 자리를 얻기 위해 다투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권력을 얻고, 누리는 사회의 단상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지도자의 통치 스타일에 따라 반응하는 피지배자의 모습도 다양하게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지도자의 외로움과 고독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하였다.
이젠 모든 학교의 반장선거, 운영위원 선거가 모두 끝이 났다. 그리고 이젠 자치단체장과 시․도 기초의원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각기 나름대로의 지도자를 세워 짧게는 한 학기, 길게는 4년을 보내게 된다.
지금은 과거의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의 엄석대와 같이 군림(君臨)하는 지도자는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정보가 너무나 다양해서 대중의 의식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조직을 위한 헌신과 봉사하는 자세가 아니라면 곤란할 것이다.
지금은 퇴임하신 교장 선생님께서는 가훈을 ‘나서지 말자’라고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이렇게 글을 올리는 자신도 너무 나서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면 글을 쓸 수 없다. 하지만 나의 글로 한 사람의 영혼이라도 해갈(解渴)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함으로 글을 또 쓰게 된다.
친하지도 않은 친구가 기초의원에 나선다고 전화를 하다가 막상 당선된 후에는 전화를 해도 ‘회의 중’이라는 메시지가 들어온다는 어느 택시 기사의 푸념 섞인 말이 귓전을 울린다.
내가 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내가 하면 무엇이 나을지. 혹시 한 사람의 영혼이라도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을지 생각하자. 굳이 자신의 ‘작은 왕국’을 위해 무능을 스스로 드러내는 어리석음은 피했으면 좋겠다.
2024.3.12 화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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