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기진로교육연구소장 / 이학박사 김희수

새벽 기도 후 집 근처에 있는 덕동산에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출근부는 없지만, 연세 드신 어르신들부터 한 분 한 분 출석하셔서 운동 하신다. 몸이 어제와는 달라지지 않았나 늘 검사를 하신다. 탑까지 오르며 걷고, 다리도 기구에 실어 늘려보신다. 어떤 분은 젊은 사람도 힘든 평행봉으로 근육을 단련하신다. “저분은 언제부터 평행봉을 하셨을까?” 할 정도로 부러운 분도 있다.

몸을 유지하는 것은 참으로 힘이 든다. 나는 “과거에 100m를 11초에 주파했었다.”고 말하면, 그 사실을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럼, 지금 한 번 뛰어봐!” “믿어줄게”하고 상대는 바로 응대한다. 바로 지금 할 수 있어야 그것이 바로 나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체적 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부단히 단련해야 한다.

그래서 얼마 전 은퇴한 이봉주(39. 삼성전자) 선수가 멋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있거나 없거나 끊임없이 달려온 그이기 때문이다. 제90회 전국체전에 충남대표로 출전한 이봉주는 42.195㎞ 풀코스를 2시간 15분 25초 만에 주파하고 1위로 결승선을 끊는 것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선수생활 20년 동안 41번을 완주했다. 20년 동안 풀코스를 뛸 수 있는 신체적 능력을 유지한 그의 노력이 아름다운 것이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한(恨)도 다르지 않다. 주위의 모멸감 때문에 모처럼 시작한 식이요법과 운동. 피나는 노력으로 소기의 성과를 얻었지만, 다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상을 만든다. 관리부족이고 의지부족이라 쉽게 단정해 버리기엔 너무나 억울하다. “대체 언제까지 내가 몸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야 하는가?” 라는 자괴감이 들기 때문이다.

학령기의 아이들은 지루하다. 빨리 어른이 되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맘대로 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학교는 학교대로 요구하고, 학원은 학원대로 요구한다. 지켜보는 부모 또한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이것을 하면 저것이 부족하고, 저것에 힘을 쓰면 이것이 부족해진다. 돌아가는 바퀴에 몸을 실어 움직이지만 의미 없이 돌아간다.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다 어느덧 1년을 보낸다.

그들의 완주를 위해 도와주어야 한다. 그들의 몸과 마음을 ‘삶’이라는 수레바퀴에 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신체적 근육뿐만 아니라 정신적 근육이 성장할 수 있는 영성을 키워줘야 한다. 보통사람이 100m을 뛰는 속도로 2시간 이상을 홀로 뛰는 마라토너의 집념과 의지를 이해시켜줘야 한다. 부모가 사라지고 없는 ‘삶의 무대’에서도 홀로 연기를 할 수 있는 연기력을 키워주어야 할 것이다.

요즘 취업준비생들은 스펙(Spec)을 위해 몸살을 앓고 있다. 직장을 구하기 위한 온갖 자격증을 의미한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대안을 찾지 못한 이들의 피나는 도전과제 이 기도하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자격증을 가지고 취업한 새내기 사원들이 직장에서 자격증의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생활의 위기대처능력과 융통성 부족이 원인이라고 한다. 오히려 다양한 동아리 활동으로 많은 체험을 한 사원이 보다 능력 있다고 한다. 인간관계(人間關係)의 힘과 매력을 인지(認知)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자격증만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1년 365일 이렇게 유지하고 관계하다 보면 금방 지남을 알 수 있다. 혹시 오늘 못한 일은 없을까. 오늘 소홀히 한 사람은 없을까. 돌아보고 살아야 한다. 하늘은 그러기를 원한다.

내가 소홀히 할 때를 기다려 정확히 소홀히 한 만큼 하늘대로, 인간대로의 아픔을 준다.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다. 몸과 마음을 하늘이 명(命)할 때까지 부단히 움직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