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형사님! .... 저 ... 오늘, 집사람 생일인데,.... 집에 좀 다녀 올께요..’ 라며, 머리를 끄적이는 후배 형사가 안쓰럽다. 우리는 벌써 1주일째 차안에서 성폭행범을 잡으려고 잠복중이다.
3개월 전 새벽, 여자 혼자 자취하는 집에 침입하여 청테이프로 결박하고, 성폭행한 범인의 은신처를 어렵게 찾아내 추격하던 후배 형사의 부탁이다. 안쓰럽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속옷을 갈아 입은 지가 언젠지 .... 냄새가 꾸역, 꾸역 코등을 스친다.
우리 시대의 형사라는 사람은 누굴까?
20년이 넘는 시간, 나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을까? 요즘 추진 중인 4대 사회악의 피해자에게 힘이 되어 준 사람, 나는 형사다. 결혼한 지 5년이 넘었는데, 아직 아이가 생기지 않는 후배 형사에겐 신혼생활이 없다. 결혼기념일, 생일만이라도 쉬게 해 줘야 할 텐데...
그런 날마저, 형사는 사치스런 날이다.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사회적 약자, 아동·여성의 애절한 얼굴이 떠올라 쉴 수가 없다. 지금 형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오스트리아에는 ‘아침에 굴뚝 청소부를 보면 그날 하루 재수가 좋다’는 속담이 있다. 놀랍게도 그 나라의 굴뚝 청소부는 고소득 업종의 ‘전문가’로서 검은색 상, 하의를 입고 흰색 모자를 쓰며, 특이하게도 옛날 황제를 상징하는 독수리 문양이 새겨진 버클을 허리에 차고 다닌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데 누구 못지않은 자부심이 있다. 나는 오늘도 오스트리아의 굴뚝 청소부처럼 참수리를 가슴에 품고,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남기고 언제 올지 모르는 범인을 잡기 위해 잠복근무 중이다.
2024.3.12 화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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