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신기하다. 23m의 파도 높이의 지진 해일 속에서도 어떤 사람은 살고, 어떤 사람은 죽는다는 것이다.

생존자들의 인터뷰에 의하면 집에 들어가서 지갑이나 인감도장을 챙겨 나오려 한 사람은 죽었고, 그냥 몸만을 피한 사람은 살았다고 한다. 그 급박했을 상황이 짐작할 만하다. 영화 ‘해운대’에서 이미 상황을 간접 경험한 바 있다.

상황 판단이 중요하다. 무엇을 염려해야 할지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살아남는 관건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날 일본 지진 해일의 위험성에 대한 내용을 운동하며 시청했던 나로서도 이토록 심각한 결과를 낳을지 생각지 못했다.

일본 정부도, 시민들도 모두 그러했을 것이다. 많은 징후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이 그래서 필요하다.

지상파 프로그램 중에서도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은 단연 생존(生存) 프로그램이다. 이른바 ‘서바이벌’게임 프로그램 편성이다.

그 중에서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장안의 화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선정된 7명의 기성 유명 가수들이 경합을 한 후, 세대별로 이루어진 시청자 평가단이 평가를 하고 최하점을 받은 가수가 탈락시키고 다음 선정된 가수와 다시 경합하는 형태이다.

어떻게 보면 참 냉정한 게임이다. 아니 탈락된 한 가수의 자존심을 짓밟을 만한 잔인한 게임 프로그램이다. 문제는 지난주의 연습에 이어 경합을 한 어제(3월 20일) 방송분에서 보여준 평가 결과에 대한 논란이다.

여러 억측은 있지만 ‘국민가수’라 칭하는 김건모(43, 가수)가 최하위 즉, 탈락의 위기에서 후배 가수들의 담합과 억지 주장으로 제작진에 ‘재도전’이라는 악수(惡手)를 든 것이다.

가족과 시청한 나로서도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룰은 룰이고, 게임은 게임인 것이다. 시청자 평가단의 냉정한 결과를 받아 들였어야 후배 가수들에게도 본인에게도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인데 안타까웠다. 내일부터 인터넷과 트위터에서 분명히 논란이 일어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살아남기’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대기실에서 누군가 탈락하면 경합에 오르려 기다리고 있던 가수의 마음도 생각해야 했다. 그는 제작진과 김건모를 어떻게 생각할까. 다음번에 최하점을 받아서 탈락하는 사람은 과연 결과에 승복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 ‘살아남기’에 대한 정의는 무조건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보다. 떳떳하게 살아남는 것이 보다 중요할 것이다.

자녀들에게도 ‘살아남기’ 방법을 잘 가르쳐야 한다. 멋지게 살아남는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할 것이다.

박사 학위를 받은 지 벌써 7년째가 된다. 학위를 받기위해 그렇게 노력했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동기부여’쪽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꿈꾸고 있는 일과 현실을 좁혀가는 과정이다. 7년전 연구했던 논문 내용은 벌써 허접한 내용이 되었고, 누구도 보지 않는 휴지가 된 것이다. 바로 지금 세상의 흐름이다.

자고 일어나면 수천, 수만 권의 책들이 분야별로 쏟아져 나온다. 그 책을 어떻게 모두 섭렵하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예전의 선인들은 물고기를 잡아주기 보단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라고 권했다. 지금의 미래학자들은 물고기 잡는 방법만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다를 그리워할 수 있도록 가르치라고 한다. ‘살아남기’위한 다양한 전략을 스스로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일 것이다.

세상도, 기상도 급변해가는 시점에서 ‘살아남기’에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모두가 좋은 일이 내게도 좋은 일이고, 내가 싫으면 남도 싫다는 ‘황금률’이다.

△ 비전진로 연구소 소장 / 이학박사 김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