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뿐인 삶인데……’하며 안타까워 한 일들이 많다. 다시 한 번 해보면 더 잘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저만치 와있는 것을 알게 된다. 돌이키기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렀음이다.
학창시절 시험을 보고 나면 삼삼오오 모여 억울하다고 하소연 하는 친구들이 있다. 풀어 본 문제를 틀린 것이다. 아니 유형은 같은데 살짝 바꾸어 놓은 문제일 수 도 있다. 더 억울한 친구는 지상(地上) 과제인양 ‘오답노트’에 적어놓고 계속 다루어 본 문제인데 정작 시험에 또 틀린 경우이다.
살아가는 문제도 다르지 않다. 매번 위기를 맞아 회복(回復)하지만 다시 위기를 맞게 되는 일이 되풀이 되니 말이다. 그래서 ‘사람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지도 모른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다’는 말처럼 계획한 일을 한 번의 실수도 없이 깔끔하게 처리하는 사람이 마냥 좋을 순 없는 것 아닐까.
그렇다고 매번 같은 문제를 틀리는 사람이 좋게 보일 수 없다. 관심이 없거나 소홀히 해서 틀리게 되었다면 잘못의 귀인(歸因)을 자신의 노력부족으로 탓을 할 수 있지만, 정말 틀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면 무능(無能)을 탓하기에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를 틀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틀리는 것도 큰 문제이다.
학창시절 야간(夜間)에 이른바 ‘선착순(先着順)’으로 모래사장에서 군사훈련을 받았을 때의 일이다. 앞에서 달려가던 친구가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질 때 뒤에서 보면 얼마나 웃기던지 혼자서 ‘혹시 바보 아니야 ?’ 생각하며 달리는데 막상 나조차 그 자리에서 힘없이 “어 !” 하며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진 일이 있었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절로 난다.
넘어진 이유는 바로 모래사장에 웅덩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평지인줄 알고 앞만 보며 달리다가 웅덩이가 나타났을 때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당하고 만다. “어! 웅덩인데……”하면 몸은 이미 균형을 잃게 되고 넘어질 수 밖에 없다. 깜깜한 밤에는 어디가 웅덩이가 있을지 더욱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새 학기가 시작된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각자 걱정이 많다. 이제 학창시절을 마치고 자식을 대학에 보낸 부모는 직장을 또 어떻게 얻어 살지를 걱정한다. 맞다! 저마다 나름대로 자기 위치에서 승리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 솔직한 심정이다. 부모는 자신의 ‘오답노트’를 주려하고, 자녀들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오답노트’는 남의 것을 봐도 알 수 없다. 자기만의 언어로 적었기 때문이다. 내가 쓴 ‘오답노트’를 내가 봐도 시간이 지나면 그 때 왜 이렇게 적었을까. 왜 이걸 틀렸을까. 나도 모르는데 대물림으로 자식에게 전해주어도 소용이 없다. ‘오답노트’를 적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조카가 이번에 대전광역시 중등교사 순위 고사에 ‘국어’과목에 당당히 합격을 했다. 국어 선생님 15명을 뽑는데 800명이 도전해서 3차의 관문을 거쳐 자리를 얻어냈다. 지방대 국어과 출신이 SKY를 비롯한 쟁쟁한 국어과 경쟁상대를 극복했기에 더 자랑스럽고 대견했다. 3월부터 여자 중학교에서 근무를 한다고 한다.
교사 순위고사 시험에 첫 해 떨어졌을 때 작은 아버지가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이젠 무슨 얘기를 해주여야 하는데.... 참, 힘들다. 교직은 될 수는 있지만 잘하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변수(變數)가 너무나 많다. 동료관계, 관리자와의 관계, 학생들과의 관계, 학부모들과의 관계, 지역사회와의 관계 등 복잡한 함수관계(函數關係)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평가에서 ‘문제 작성 기법’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틀리도록 유도하는 문제는 좋은 문제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하늘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사람들이 위기에 처하도록 유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유혹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새 학기에 모두가 승리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2024.3.12 화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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