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비전진로교육연구소 소장 /이학박사 김희수

예전에는 몰랐던 일이다. 아니 정의(正義)가 당연히 공리(公利)이고, 공리가 정의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는지 모른다. 세상을 익힐수록 한 이벤트 속에 묻혀 있는 많은 일들을 상상하게 되었다. ‘왜 일이 그렇게 되었을까’하고 말이다. 그냥 마지막 결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이제는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모르겠다. 이 사람 얘길 들으면 그런 것 같고, 저 사람 얘길 들으면 또 그런 것 같다. 내가 황희 선생님 처럼 도력(道力)이 높은 것은 아닌데 잘 모르겠다. 그래서 예전의 나랏님들이 귀가 멀어 진위(眞僞)를 판단하지 못해 웃지 못 할 우(遇)를 범했는가 보다.

세상은 차가운 지성(知性)의 머리와 뜨거운 열정(熱情)의 가슴이 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도 쉽지 않다. 머리는 가슴의 어리석음을 탓하고, 가슴은 머리의 우유부단함과 이기적임을 탓하고 있으니 말이다.

언젠가 마음속으로 꿈을 꾼 일이 있다. 학교를 한 번 세워보는 일이다. 정말 참된 지혜와 열정으로 가르칠 수 있는 학교를 세우고 싶었다. 그러던 중 거짓말처럼 제주도에서 학교를 맡아보면 어떻게 하겠느냐? 라는 제의(提議)가 있었다. 학교와 교정(敎程)즉, 하드웨어는 준비가 되어있었다. 이젠 나의 전부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걸어야 할 때였다. 하지만 지성은 연금(年金)을 걱정하고 있었다.

내 자신의 초라함을 느꼈다. 그렇게 격멸했던 연금만을 바라고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잠깐 여행(旅行)을 나온 세상에서 내가 바라던 것은 연금일까. 처음엔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많이 있었는데…. 지금도 곱씹어 본다. 그래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접지 않았기 때문에 숨을 쉴 수 가 있다.

최근의 영화 <글러브>에선 엘리트 프로야구 선수인 주인공이 꿈을 잃고 일탈 중에 청각 장애인 선수들을 맡고 일어나는 일을 담아내었다. 별다르지 않은 결과로 선수들과의 호흡 중에 꿈을 다시 찾고, 찾아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래, 나 여기에 왔다. 너희들을 이기기 위해 여기에 왔다.” , “더 이상 상대방에게 쫄지 마라!” 라는 외침이 떠오른다. 그들이 비록승리는 하지 못했지만 세상을 향해 쏟아놓은 함성에 감동되었다.

 지금 힘이 들더라도 이겨내야 한다. 비겁한 판단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미들이 어렵게 어렵게 식량(나뭇잎)을 옮기고 있을 때 손으로 살짝 들어서 그들의 은신처에 가져다 준 일이 있다. 그들의 노력이 가상하여 살짝 도와준 것이다. 그 일을 개미들은 아마기적(奇蹟)이라 여길 것이다. 우리에게도 기적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성경에선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바 있었고, 다니엘이 사자 굴에서도 살아난 일이 있었다. 아니 그렇게 종교를 핍박했던 ‘사울’이 ‘바울’이 된 바 있었다. 지금도 돌아보면 기적은 늘 일어나고 있다. 하늘이 도와주고 싶을 만큼 살고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신묘년엔 기적을 기다려 보자. 아니 기적을 위해 노력해보자. 그리고 나의 기적을 얘기해보자. “나는 이렇게 기적을 이루었노라!” 신묘년 연말에 서로 덕담을 나누게 되길 바란다.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다.’ 귀에 낯설지 않다. 복권 당첨을 위해 금식기도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너무 간절하게 기도했다. 하늘의 무심(無心)을 탓하며, 계속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답답한 하늘은 답답한 그에게 말했다. “복권은 일단 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