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살지 못했다. 물론, 나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래서 친구와 친구의 아버지가 함께 탁구를 치던 모습이 무척 부럽기만 했다. 대학에 합격했을 때, 그분께서 당신 일처럼 기뻐해주시고 친구 다섯을 모두 불러내서 축하 파티를 열어주셨다.
그때 내가 그리던 아버지의 모습은 거기에서부터 시작 되었다. 언젠가 아들 녀석과 함께 운동을 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산에 오르며 땀을 닦아주고, 힘들어하는 그의 등을 밀어서 항상 너의 곁엔 아버지가 있다라는 사실을 주고 싶었다.
축구를 하고 골을 넣고 기분이 좋아도 자랑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너무 가슴 아팠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한탄해도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은 아버지의 자리는 어떤 누구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망도 해보고, 비관도 해봤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어느 날 한 친구의 아버지께서 조용히 부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안 계신다고 들었다. 우리 아들◯ ◯는 지금 대학을 가야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단다. 너도 공부를 해야 하니까. 이젠 함께 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너무나 친구 아버님이 너무 고마웠다. 대학을 가야하는 사명을 일깨워 주시는 모습에 그저 감사했다.
한 시간 가량을 얘기를 듣고 나오는데 친구 녀석의 반응은 나와 달랐다. “희수야! 미안하다. 신경쓰지마. 늘 하는 말씀이니까. 잊어버려” 라는 것이었다. 친구 아버지의 깊은 뜻은 당연했다. 당신 아들과 어울리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언젠가 “저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라고 그 분에게 증명하고 싶었다. 그 후 실제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얻었을 때, 설 명절에 과일 한 상자를 들고 그분에게 인사를 드렸다. 그때의 “당신의 말씀 때문에 열심히 살았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어떤 말은 용기를 주고, 어떤 말은 상처를 준다. 요즘 어떻게 말하면 상대방에게 용기를 줄 수 있고, 희망을 줄 수 있을지 연구를 하고 있다. ‘말의 힘’은 너무나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의 역할과 어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이다. 자라서 저 아이가 어떻게 크고, 어떤 모습으로 자라게 될지 모른다. 함부로 그 아이를 평가하고 제단하지 말아야 한다. 설사 자기 자식이라도 마찬가지이다.
거리에서 방황하는 청소년이 너무나 많다. 부모는 여러 이유로 뿔뿔히 흩어지고, 학교에서 겨우 ‘국가의 밥’에 의지는 할 수 있지만, 마음은 의지할 곳이 없다. 마음이 이렇게 빈곤한데 공부가, 생활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아르바이트 일이라도 맡으면 가진 자들의 횡포와 위선에 몸살이 난다고 한다. 어떻게 할까.
일류 기업들은 나름의 매뉴얼을 가지고 있다. 입사하면 외우고 몸에 익혀 그 회사에 헌신하고 삶의 지표를 세우게 하는 내용들이다. 일종의 정신 무장을 하는 초석이 된다고 보면 된다. 고객에게 전화를 하는 법, 고객이 상품에 대해 거절 했을때의 반응 요령 등도 포함된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기업일수록 소속 회사에 대한 소명과 가치를 더욱 느끼게 한다.
이젠 우리 사회도 ‘삶의 매뉴얼’ 즉, ‘삶의 지표’를 세워야 한다. 이유 있는 과정에 뻔한 결론을 그냥 지켜봐서는 안 된다. 방황하는 청소년과 그들의 일탈로 본인도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즐겁게 웃는 가족이 기분이 좋지 않다고 무참히 살해했던 어느 노숙자의 사회적 반항과 터무니 없는 땅값 보상에 화가나 국보를 불태웠던 어느 노인의 일탈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회가 돌보지 않아도, 주위에서 돌아보지 않아도 그 아이가 잘 자라기를 바라는 ‘기적’을 기대해선 안 될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한 사람의 ‘생애주기’동안, 국가가 아니면 사회가 어떤 환경에서라도 좋은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돌아봐야 한다. 그들의 미래는 다르게 살 수 있다는 각자 기대를 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아이 등을 두드리며 격려할 때, 옆에 있는 아이 친구의 등도 함께 두드려 줘야 한다. 그리고 따뜻한 말과 시선을 줘야 한다. 그 아이가 우리 아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 업고 병원을 갈 수 있는 마음을 줘야 한다. ‘모두가 함께 행복해야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2024.3.12 화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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