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들기가 무섭게 한기가 느껴진다. 어느새 가을이 되었다. 자기 나이가 늙어가는 속도에 비례한다고 한다. 10대는 10km/h, 20대는 20km/h, 나이를 먹어갈 수록 세월이 빠르게 지나감을 뜻할 것이다.
지난주는 남양주에 가서 진로교육을 했다. 장소가 다를 뿐 그곳도 다르지 않은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이었다. 우리 아이만큼은 성공을 해야 된다는 강한 열정과 의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방향만 일정하게 유지되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방향이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으면 어떤 순풍(順風)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해지지 않는 곳에 도착해서야 비로서 “여기가 아닌데……”를 되뇌 봐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 다시 방향을 재수정해서 출발해야 하는 헛된 수고만이 남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로를 정하는 당사자(當事者)의 흥미와 적성이 중요한 일이다. 오래 가야 할 길을 주위의 사람들의 의견만으로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찾아주고, 도와주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며칠 전 부모와 일가족을 살해한 어느 중학생의 모습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부모의 지나친 개입과 관심이 이젠 어느 누구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교에서도 이미 ‘체벌금지규정’, ‘학생인권강화’ 미명(美名) 아래 학생들의 권익과 주장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어떤 가정에서는 학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신고해라”라고 당부까지 하는 실정이다.
선생님과 부모님의 우격다짐과 폭언으로 아이들을 바로잡을 시기는 지났다. 먼발치에서 보며 어디로 향하는지 방향을 살펴야 한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손을 내밀어 잡아줘야 한다.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심리적으로 느낄 만큼만 소리 내어야 한다. 먼 길 돌아서 올 때 따뜻하게 맞아줘야 한다.
중국 송 나라 때 어느 농부는 벼 씨를 뿌려 놓고 자라기만을 기다렸다. 생각보다 자라지 않는 것이 답답하던 차에 다음 날 아침 논에 나가서 조금씩 벼를 위로 잡아당겨 놓았다. 물론, 벼가 빨리 자라면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되었을까?” 당연히 벼는 모두 말라 죽고 말았다. 그것을 가리켜 ‘조장(助長)’이라고 한다. ‘길게 자라기를 도와주다가 오히려 농사를 망치게 된다.’라는 말을 의미한다.
대나무는 씨앗을 뿌리고 4년 뒤에야 싹을 틔운다. 그런 후 5년이 지나면 1년에 25m씩 쑥쑥 자란다. 씨앗을 뿌리고 잊어버리고 살아야 마음이 편한 것이다. 자랄 나무라면 충분한 내공을 쌓은 후에 자라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다르지 않다. 이젠 평균 수명이 80년이 넘어 선다. 길게 걸어 갈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 무엇보다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가정에서라도 사랑이 그윽한 ‘눈빛’을 주어야 한다. 이렇게 바깥세상이 험한데 가정에서도 ‘눈총’을 마구 쏴대면 갈 곳이 없을 것이다. 한 순간이라도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아빠(엄마)는 너를 믿는다.”, “너는 정말 훌륭한 아들(딸)이야.”, “너를 낳은 것이 아빠(엄마)가 한 일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이야.” 말을 듣고 쑥쑤러워 할 자녀를 생각해보자. 지금 부끄러울 수 있지만, 길게 보는 부모가 되길 바란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의 내용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에게서 마음을 얻는 일이야. 내 비밀은 이런 거야. 간단하지.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야.” 자녀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 그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 중요하다.
사람은 천부인권(天賦人權)을 가지고 태어났다. 태어나면 누구나 자기의 존재를 걱정한다. 또 ‘살아남기’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낸다. 다만 개인차(個人差)가 있을 뿐이다. 험한 세상 그들의 다리가 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손을 내밀 때 덥석 붙잡을 수 있는 사랑과 힘을 가져보길 바란다.
2024.3.12 화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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