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 짝사랑을 해보았을 것이다. 어떤 이를 만나면 작아지고 설레이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짝사랑을 하는 마음이다. 그 사람의 움직임과 동작하나 하나가 나를 위해 하는 것 같다고 느끼면 바로 짝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혼자 실망하고 상처입고 몸을 가눌 수 없게 되는 것도 짝사랑의 징후이다.
지방 선거로 인해 온 행사장이 홍역을 앓고 있다. 누구를 소개할까. 누구를 먼저 소개할지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나는 당신을 믿었는데 당신이 ○○를 지지해서 되겠는가. 나를 이번 한번 더 도와주기로 했지 않았느냐. 등등 목청소리가 행사 후일담으로 나오고 있다.
옛말에 ‘열길 물속은 알 수 있어도 사람 마음은 알 수 없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얘기는 아닐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형님”, “아우님”하며 함께한 분들이 지방 선거로 인해 의절(義絶)을 하는 불상사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너무나 서로 잘 알고 있는 것이 더 가슴을 아프게 한다. 모든 사람이 밝은 곳, 어두운 곳이 있기 마련인데……. 너무나 잘 알기에 어두운 상처를 깊숙이 도려 낼 때의 아픔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최인호가 다룬 소설 ‘상도 (商道)’에서 언급된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는 경구가 떠오르는 5월이다. 사람과의 관계가 ‘너무 가까워도 안 되고 너무 멀어도 안 된다.’라는 말이 너무나 계산적이고 신뢰 관계를 해(害)할지 모른다. 하지만 더 오랫동안 함께하기 위해선 너무 좋아하지도 너무 미워하지도 않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에 대한 '기대치‘가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예수를 믿고 의지한 시간이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지금의 믿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람과의 만남도 아마 그러할 것이다. ‘하루를 만나도 10년 만난 듯 편한 사람, 10년을 만나도 하루를 만난 듯 신선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온 맘과 온정을 한 순간이라도 주었고, 주고 싶었는데. 돌아오는 것이 찬바람이라면 마음 아픈 것이 인지상정이다. 바로 너무나 많은 ‘기대’ 때문에 더욱 아플 것이다.
공부하는 동안 지도교수님은 참 따뜻하게 해주셨다. 그 분을 통해 사람과의 관계의 미학(美學)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박사과정동안 아버님처럼 모시겠다고 다짐도 참 많이 했다. 그때마다 알 수없는 미소를 주셨던 모습이 잊을 수 없다. ‘진짜 그럴까, 졸업 후엔 마음이 달라질걸……’하시는 듯 했다. 졸업 후 여러 생각들, 알 수 없는 내안의 서운함으로 인해 찾아뵙지 못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은 모두 다 같다. 자기가 보인 정만큼 정을 받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좋은 사람이라 불려지는 사람은 정에 대한 투자와 결과의 시간을 길게 두는 사람이고, 경박한 사람이라 비난 받는 사람은 투자한 즉시 결과를 보고 싶은 사람일 뿐이다. 사람의 관계를 그래서 이해(利害)관계라 하는가 보다. 즉, 이익이 되는 관계와 해(害)가 되는 관계를 바로 이해(理解)하고 살아가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모쪼록 주위사람들과 6.2 선거 행사로 인해 서로 상처받는 일들이 적었으면 좋겠다. 선거가 끝난 후 짝사랑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자기만의 소유욕으로 인해 생긴 병들을 함께 이해하고 어루만져 주어야 할 것이다. 예전의 관계로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골이 깊어 졌다면, 짝사랑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차(茶)한잔은 마실 수 있는 관계라도 가져보자. 나이 적은 사람이 보다 나이 많이 먹은 사람에게, 여유 있는 사람이 여유 없는 사람에게로 먼저 찾아가보자.
2024.3.12 화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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